심승욱 작가, 국경없는의사회 증언 다룬 작품 강원비엔날레서 공개

작품 '안정화된 불안 - 8개의 이야기가 있는 무대' 선보여

2018년 2월 14일 수요일 — 국경없는의사회의 현장 증언을 모티프로 한 심승욱 작가의 작품이 강원비엔날레에서 공개됐다.

심 작가의 작품 ‘안정화된 불안 - 8개의 이야기가 있는 무대’가 강원비엔날레에서 호평 받고 있다. 지난 2월 3일 개막한 강원비엔날레는 평창 올림픽 기간과 맞물려 많은 관람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심 작가의 작품 또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강원비엔날레는 오는 3월 18일까지 이어진다.

국경없는의사회의 후원자로서 “그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 활동영역과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알고 있었다”는 심 작가는 이번 작품을 위해 국경없는의사회의 의료 지원을 받고 있는 전세계 환자들의 증언을 특별 요청했다. 전달된 증언 중 심 작가는 전쟁과 죽음, 재앙과 고난 등의 내용이 담긴 4개의 증언을 선택해 작품에 녹여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심 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위해 전달한 증언은 다음과 같다. 공습 속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한 시리아 여성의 이야기, 눈 앞에서 생후 28일이 된 자녀가 끔찍하게 살해당한 모습을 봐야만 했던 한 로힝야 여성의 이야기, 폭격을 당해 초토화 된 예멘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널브러진 동료들의 시체를 봐야만 했던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의 증언 등을 공유했다.

심승욱 작가는 “이 실화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 바로 이번에 공개된 ‘안정화된 불안 - 8개의 이야기가 있는 무대’”라며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비인도적 행위와 경험들, 가난, 배고픔, 슬픔, 전쟁과 분쟁 속에서 벌어지는 폭력, 희생 등을 겪는 이들의 고통에 관한 기록을 남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국경없는의사회로부터 전달 받은 자료를 읽었을 때 솔직히 “예측했던 불행한 사건들이었다”고 말한다. 그와 동시에 “이런 타인들의 불행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감각한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나에게 아직 벌어지지 않은 비극이라는 지점에서 우리의 관심과 시선을 각자의 바쁜 일상 속으로 돌려 놓는다”며 “무대를 통해 그렇게 무감정적으로 길들여져 가는 사람들의 사회적 태도를 작품을 통해 투영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심승욱 작가와의 일문일답.

-작품은 어떤 것인가. 기획의도 또한 궁금하다.

“『안정화된 불안 - 8개의 이야기가 있는 무대』는 4mX4m 넓이의 철판 공간 위에 8개의 철조망 구조물로 팔각형을 이루어 그 내부 중앙에 약 4.5m 높이의 확성기 구조물이 서있는 모습이다. 철조망에는 초산비닐수지를 이용해 작가가 영문필기체로 직접 작성 및 설치한 8개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이 8개의 글은 작가 자신이 후원자이기도 한 ‘국경없는의사회’와 ‘굿네이버스’의 협조로 수집된 수 많은 수기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철조망에 설치된 글의 내용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비인도적 행위와 경험들, 예를 들면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의 가난, 배고픔, 슬픔 그리고 전쟁과 분쟁 속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희생 등 열거하기도 힘든 타인들의 고통에 관한 기록들이다. 그 기록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반응은 우리가 이미 인식하는 통념의 범주에서 예측되는 행위 이상으로 확장되기 어렵다. 그것은 내가 아닌 타인의 이야기이며 타인의 고통이고 비극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글의 내용과 확성기를 통해 조용히 흘러나오는 무감정적 내레이션은 우리에게 대부분 이미 예측가능하며 익숙한 내용일 지도 모른다. 시간 날 때마다 무심히 바라보는 스마트폰을 통해, 혹은 저녁식사 후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보는 TV뉴스 속 내용들, 그날그날에 벌어지는 타인의 죽음, 고통, 배고픔, 슬픔에 관한 것들이다. 우리는 이제 이런 이야기들이 삶 속에서 특별히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잘 교육된 윤리적 메커니즘이 머리 속에서 능숙하게 작동한다면 우리는 최소한 저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동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개입은 쉽지 않다. 나에게 아직 벌어지지 않은 비극이라는 지점에서 우리의 관심과 시선을 각자의 바쁜 일상 속으로 돌려 놓는다. 타인의 비극은 버스 창을 통해 무심히 바라보는 풍경만큼이나 빠르게 기억의 저편 너머로 사라져 버린다. 나는 작품, 안정화된 불안정 8개의 이야기가 있는 무대를 통해 그렇게 무감정적으로 길들여져 가는 사람들의 사회적 태도를 작품을 통해 투영하고 싶었다. 작품에서 하단부 16장의 철판으로 경계지점을 형성하는 사각의 공간은 그 내부에 설치된 8면으로 둘러 처진 철조망 장벽과 일정한 간격을 둘 수밖에 없도록 물리적이고 감각적인 거리의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진입 불가능한 공간의 중앙 확성기 탑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내레이션은 감정의 절제가 요구된 듯 담담하다. 이 모든 설정들은 이 공간과 상황을 경험하며 바라보는 이들의 감각과 태도를 투영하는 거울과도 같다.”

 

-국경없는의사회와 굿네이버스에 협조를 요청한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국경없는의사회와 굿네이버스는 제가 후원금을 내고 있는 중요한 단체이기 때문에 그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 활동영역과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경없는의사회를 통해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비극에 관한 내용을, 굿네이버스를 통해 내가 살고 있는 한국사회 속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작품 속의 8개의 이야기로 구성 할 수 있었다.”

 

-작업에 쓰게 자료를 읽은 소감과 4개의 국경없는의사회 이야기를 작업에 쓰게 이유는.   

“자료는 솔직히 머리 속에서 예측했던 불행한 사건들이었다. 특별히 놀라운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런 타인들의 불행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감각한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특별히 놀랍지 않은 타인들의 죽음과 비극의 현장가운데 누군가는 자신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그들을 돕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그냥 당연한 일이겠거니 생각하는 그 둔감함이 더 놀라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현장에서 헌신하는 이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전하는 것은 사실 가장 특별하며 놀라운 일인 것이다. 특별히 4개의 이야기를 고른 것은 내가 전하고자 하는 8개의 비극들 중 전쟁과 죽음 재앙과 고난이라는 내용에 관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국경없는의사회와 일한 소감.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다는 것은 우리가 드라마에서 보는 그런 낭만적인 상황이 아니다. 냉정한 현실이고 그렇게 행동에 옮기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결단이 없으면 불가능 한 것이다. 그것은 경외와 존경스러움 이라는 표현을 써야 하는 아주 정확한 상황일 것이다. 현장에서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누군가를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내 작품 속으로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큰 영광이었다고 생각한다.”

 

-관객에게 소망하는 것은

“우리는 이미 알고 있거나 예측 가능한 타인들의 비극에 대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아주 무감각해진 건 지도 모른다. 내 작품을 통해 그렇게 무감각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순간이 되길 바란다. 이 작품은 어떤 계몽적 혹은 선동적 가치를 담고 있지 않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고 타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순간이 되길 바란다.”

전시 오프닝 당시 춤 퍼포먼스를 선보인 국립현대무용단 최수진 무용수. 전시장 모니터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이주사랑 언론 홍보 담당 at 국경없는의사회 한국